일상, 그리고 여행

2026년 4월 5일: 원효대사 해골물?(feat. 칫솔)

생각 기록자 2026. 4. 5.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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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로 제작한 이미지입니다.


어제는 미뤄뒀던 집안일을 해치운 갓생의 하루였다. 칫솔 교체 주기가 마침 딱 맞길래, 미리 더위를 준비하고자  수명이 다한 칫솔로 서큘레이터 틈새 먼지를 박박 닦았다. 먼지를 제거하며 느낀 그 쾌감이란! "역시 난 깔끔하다"라며 자화자찬하고는 그 칫솔을 화장실 한구석에 잘 모셔두었다. (괴롭지만 덕분의 깨달음을 얻게 된 시작...)


저녁이 되고, 무의식의 흐름에 몸을 맡긴 채 양치를 시작했다. 평소와 다름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멍때리면서 깔끔하게 양치를하고 기분좋은 주말, 행복하고 깊은 숙면에 들었다.
사건은 오늘 아침에 터졌다...
아침에 기분좋게 일어나 샤워를 하기위해 화장실에 들어섰고 화장실 한구석에 잘 모셔뒀던 칫솔과 눈이 마주친 순간, 어젯밤의 기억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뇌리를 스치는 강렬한 깨달음..

서큘레이터 청소하고 그날 저녁 기분좋은 양치를 했던 그 칫솔...



"아, 내가 어제 서큘레이터 묵은때와 먼지랑 키스를 했구나."

사실을 인지하기 전까지는 분명 상쾌하고 개운했던 입안이, 기억이 되살아난 직후부터 갑자기 텁텁해지기 시작했다. 속은 왠지 모르게 더부룩해지고, 혓바닥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먼지가 굴러다니는 듯한 불쾌감이 온몸을 지배했다.


이것이야말로 책에서만 접했던 원효대사님이 동굴 속에서 경험하셨던 '원효대사 해골물'의 현대판 체험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대사님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으셨다지만, 나는 '서큘레이터를 청소했던 칫솔'로 깨달음을 얻었다.


결국 모든 현상은 객관적인 실체보다 내 마음이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 어제 저녁의 칫솔은 나에게 '청결의 도구'였으나, 오늘의 칫솔은 '불쾌감'을 주는 도구가 되었다. 칫솔은 분명 변한 게 없는데, 오직 내 마음이.. 내 감정이 바뀌었을 뿐이었다.


불쾌한 기분을 털어내려 새 칫솔을 꺼내 다시 양치를 하며 다짐했다. 오늘의 이 '칫솔 사건'을 떠올려야지. "이 감정 또한 내 마음이 만들어낸 허상일 뿐이다"라고 외치면, 웬만한 일도 서큘레이터 먼지처럼 가볍게 털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덕분에 또하나의 깨달음을 체득하게 되어, 오늘도 감사함을 가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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